전문가의 고정관념
고객 데이터를 모을 때 의외의 걸림돌은 데이터 전문가들이다. 전문가라는 위치는 기본적으로 전문지식과 방대한 경험으로 인해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발언권도 그만큼 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로인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경우 집단 전체적으로 사고의 제약이 발생하여 오랬동안 극복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90년 전산화와 네트워크가 도입되고 기업이 장부를 서버로 이전하면서 데이터를 요약하고 분석하는게 수월해졌다. 이와 더불어 콜센터와 대형할인점과 프렌차이즈 같은 방식의 영업이 확산되었다. 점원 또는 사장이 직접 관리하던 단골고객 관리를 시스템화해야하는 숙제가 생겼으며 마침 데이터활용이 쉬워지면서 CRM(고객 관계 관리)이 각광받기 시작하였다.
CRM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현재 사용되는 개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일부 CRM전문가들의 낡은 사고방식 때문에 오히려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 방식의 변화
우선 CRM이 각광받던 90년대와 현재의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방식에 대한 차이를 짚어보자.
구분 | 환경 | 기업의 활용방식 | |
90년대 | 정책 | 개인정보 개념 희박 | 졸업앨범, 협회명부 등에서 무단으로 수집 |
고객정보 활용 동의 없음 | 약관에 다른 회사를 끼워넣거나 기업간 개인정보 매매 | ||
디지털 인증 불가 | 중요한 거래는 오프라인으로 체결 필요 | ||
기술 | 데이터 저장비용 높음 |
최소한의 데이터만 남기고 삭제 | |
정형데이터 | 시스템 구축 시 항목과 규칙을 정해 수집 | ||
SQL 및 솔루션 기반 분석 | 담당자들이 직접 SQL로 분석하거나 목적별 솔루션 도입 | ||
최근 |
정책 | 개인정보 유출위험 확대 | 암호화 등의 데이터 보안강화 |
개인정보 규제 확대 | 플랫폼 기업에 유리, 비식별 데이터 활용 확대 | ||
디지털 인증 허용 | 비대면 거래 및 결제 데이터 확대 | ||
기술 |
빅데이터 기술 발달 | 내/외부 데이터 수집/적재 확대 | |
비정형데이터 활용기술 발달 | 로그 및 음성/문서/이미지 등의 데이터 활용 | ||
실시간 모델 및 AI기술 발달 |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및 AI 전문가 확대 |
CRM이 태동한 이후 현재까지 IT산업은 꾸준히 성장하였다. 유통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컨텐츠를 중심으로 발달했던 산업이 현재는 물리적인 접촉이 필요한 최소한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이 IT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메타버스로 빨려들어갈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데이터 관점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점점 더 많은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장부에 기록된 정적인 데이터로 고객을 분류하고, 통계모델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어떤 상품을 보고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마치 전담직원이 옆에 붙어있는 것처럼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 과거엔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구매데이터 밖에 남기지 않았고, 실시간도 어려웠기 때문에 등급별 혜택이나 세그먼트별 쿠폰을 운용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페이지를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추천하고, 다른 쇼핑몰을 둘러보고 오면 실시간으로 쿠폰을 발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부의 CRM 전문가들이 이러한 본질적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수집과 활용방식에 매달려 있다면 데이터 수집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개인정보보다 행동데이터를 모으자
변화를 앞당긴 덴 디지털 인증과 결제 기술의 발달로 개인정보 유출 시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각종 규제가 생기고 개인을 직접 컨택하는 게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규제와 기술이 결합되어 과거엔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를 각종 채널을 통해서 수집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결국 데이터는 좀 더 풍부해졌다.
물론 이로 인해 플랫폼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데이터 독점현상이 발생하여, 일반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있지만, 기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개인정보보다 행동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으며, 모든 기업들은 이제 데이터 수집방식을 완전히 바꿔야만 한다.
최근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판별AI보다 데이터를 훨씬 다채롭게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AI도 발달하기 때문에 기업이 장부수준의 데이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판매 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와 같은 위협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행동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기업이 해야할 일
그렇다면, 기업이 행동데이터를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행동 자체를 유도해야한다.
행동데이터를 쌓으려면 우선 행동 자체를 이끌어 내야한다. 움직이지 않는 사물은 속도와 방향을 남기지 않는 것처럼, 고객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행동데이터는 수집될 수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직원과 가벼운 대화를 이어가며 정보를 털어넣는 것처럼, 기업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면 훨씬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 사물에 대한 데이터를 자세하게 만들어둬야 한다.
행동데이터를 이해하려면 사물, 즉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최대한 자세하게 만들어둬야 한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상품이미지와 가격만 저장하지 않고 할인과 배송 등의 데이터를 쌓아둔다면, 고객이 남긴 후기를 남겼을 때 개선점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OTT에서 영화의 장르를 세분화해두면 고객이 자주 보는 영화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 번째, 활용하면서 계속 고쳐나가야 한다.
성별, 나이와 같은 정적인 데이터는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수집만 해두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지만, 행동데이터는 상품과 서비스에 따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 심지어 상품/서비스가 바뀌지 않아도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데 평점처럼 인위적인 행동으로 인해 데이터의 가치가 사라지기도 한다.
다음 장 부터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행동과 사물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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