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데이터가 없는 이유
오랫동안 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면서 항상 부족한 데이터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그간 현업에서 여기저기를 뒤져가며 데이터를 수집해봤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사업 초기에 구축해둔 시스템 말고는 데이터를 추가로 쌓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판매와 재고관리를 위해 구축해둔 시스템은 장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관리가 어렵고 나중에 삭제하기도 쉽지 않아서 최소한의 정보만 기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채널관리와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시스템마저도 마치 재고관리 시스템처럼 운영하다보면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기술이 전부 해결해주진 않는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AI의 발전으로 인해 시스템이 남긴 로그나 녹취록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좀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웹/앱 로그는 고객이 페이지를 주시하거나 클릭한 기록을 모두 남기기 때문에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이 상품에 관심을 가지면 직원이 즉시 대응하듯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갖춘다하더라도 매장에 상품을 다양하게 진열하지 않고, 직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고객의 반응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채널과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데이터만 쌓이게 된다.
경험과 규칙이 데이터를 만든다
이러한 일들은 비단 채널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과 프로세스에선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게 되는데 일부 직원들만 이를 습득하고 기록은 남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험이 많은 쉐프들은 식재료를 구입할 때 요일과 날씨 등에 따라 판매량을 예측하고 재료를 주문한다. 이는 그간 주방을 관리하면서 특정한 요인에 따라 고객이 선호하는 메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것이 데이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노하우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별도로 이를 기록하진 않는다.
물론 이러한 경험적 증거도 프로세스화하여 사용되기는 있지만, 특정한 조건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환경이 조금만 바껴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데이터라는 것 굳이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어딘가 기록하고 모아두기만 하면 수집할 수 있다. 다만, 기록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작성 규칙을 명확하게 정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날씨를 기록한다면 단순히 맑음, 흐림, 눈, 비를 기록할 건지 강우량과 온/습도를 추가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으며, 식사시간의 날씨 또는 구름에 의한 일조량이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결국, 데이터 수집 프로세스를 구축할 때 베테랑 직원의 경험적 증거는 유용하게 활용된다.
기록에는 적정한 방식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만약 기업의 고민이 여기까지 도달했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조금 까다로운 문제만 해결하면 Data-Driven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놓고는 엉뚱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바로 프로세스를 제대로 구축하고 적정한 리소스를 마련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원활하게 쌓아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규칙을 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한 리소스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데이터를 쌓으려고 하다보면,데이이터의 품질이 떨어지고 직원들의 불만만 쌓이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과거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계산 할 때 고객의 연령과 성별을 입력하는 [객층 버튼]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근무자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며, 아르바이트라는 근무방식을 고려하지 않아서 의미없는 데이터만 축적되었으며, 불만만 가중되는 바람에 최근에는 퇴출되는 추세이다.
스스로 쌓지 않은 데이터는 쓸모없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직접 쌓기보다는 외부에서 구매하거나 시장조사를 통해서 쉽게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이라도 브랜드와 고객, 그리고 내부의 업무방식에 따라서 적용되는 방식이 달라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같은 상품을 판매해도 구매고객과 서비스에 따라 평가가 갈리듯이 데이터도 기업에 따라 다르게 축적된다.
기업은 제품을 만드는 방식과 유통, 그리고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도 다르게 쌓이고 활용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앞서 경험적 증거와 마찬가지로 요일과 날씨에 따라 선호메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어도 동일한 메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입점조건이 다르다면 적용된 결과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데이터가 모이는 디자인과 프로세스
이러한 연유로 필자는 기업이 데이터로 성공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 축적된 데이터보다는 노하우를 가진 직원과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의지 그리고 투입된 리소스에 상응할 수 있는 활용처를 가졌는지를 확인하는 편이다.
물론 기존 데이터를 좀 더 알차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길 원한다면, 좀더 데이터를 확보한 후 이를 활용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한다. (단, 제대로 된 고민도 안하고 데이터만 확보하라는 컨설턴트를 질색하는 편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기업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쌓고 활용해야하지만, 이후 포스트에서는 기업이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와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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